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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되어 버린 나의 여름에게.

김소라고둥 2023. 7. 30.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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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지 선수, 결국 메달을 내주고야 맙니다.
- 세이지 선수는 비만 오면 컨디션 난조에 기록이 하락세를 찍기로 유명한 선수죠.
- 아, 맞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저렇게 실력 좋은 선수가 비 때문에 아직까지도 빛을 못 보고 있으니 …



꿈에 그리던 사격선수가 된 세이지가 컨디션 난조 탓에 시합을 대차게 망치고 집으로 가는 길, 세이지는 양해를 구한 후 근처 바다에 들렀다. 양손에는 세이지의 손글씨로 빼곡히 채워진 편지지와 편지봉투, 그리고 크기가 넉넉한 유리상자가 들려있었다.

바닷가에 도착한 세이지는 모래사장 위를 천천히 걸어가, 부서지는 파도에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파란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높이의 파도가 세이지를 흔들어댔다.

세이지는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가 이내 제 손에 들린 편지지를 편지봉투에 넣었고, 그것을 유리상자에 담았다. 그리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서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을 때쯤에 그것을 놓아주었다.

어디로 갈지 모를 세이지의 편지가 사라질 때까지
세이지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채, 옷이 젖어 체온에 떨어지는 줄도 모른 채,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엣취…! 으…

재채기에 추위를 깨닫고 나서야 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세이지는 자신의 신발을 천천히 벗어 옆에 두고 그 자리에 앉아, 바다를 지켜봤다.

그 모습은 마치, 바다에 무언가를 두고 온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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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친구 ●▲■◆● ●■에게
안녕 ●■。 네가 이 글을 읽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반송되지만 않기를 바라며 편지를 써。 혹시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기억나? 내가 너에게 막무가내로 말을 걸었었잖아。 동갑인 날 애 놀아주듯이 같이 노는 네 모습이 너무 웃겼는데。 그때 이후로、어쩌면 지금까지도 날 챙겨줘서 고마워。 아 맞아。 내가 최근에 대회에 나갔는데 말이야、 비가 오더라。 그것도 엄청… 그때 딱 네가 생각났어。 그래서 네가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이래서 다들 시합 준비하면서 마인드 컨트롤까지 연습하는 걸까? 시합은 뭐、망쳤다는 뜻이야。 왜일까? 네가 준 행운부적도 챙겨 갔었는데… 아、나 부적 안 잃어버렸어、 잘했지?  시합이 끝난 뒤에도 너밖에 안 떠오르더라。 실은 나、 비 오는 거 굉장히 싫어하거든。 이걸 왜 이제 말하나 싶겠지만、 습한 날씨에 비에 맞으면 축축하고…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잖아。 근데 너와 있던 곳을 생각해 보면、 비 오는 날도 그렇게 싫진 않았나 봐。 네가 있어서 그런가? 거기서는… 음、 잘 지내라는 말도 함부로 못 하겠네。 네가 어떤 곳에 있는지 몰랐다면、 차라리 그 편이 나았을 거야。 이 편지가 잘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 만약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그리고 이 편지에 답장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꼭 예쁜 편지지에 적어주라。 짧게 적어줘도 괜찮아! 그게 오히려 ●■다우니까。 그래도 편지지는 예쁜 걸로 골라줘! 기왕이면 꽃이 그려져 있는 걸로 말이야。 매화… 라든가。 그래야 뭔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너무 길면… 내가 읽을 때 많이 힘들 것 같아。 이렇게 말하니까 꼭 긴 글 못 읽는 사람 같네!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닌 거 알지? 넌 날 잘 알잖아。 우리가 몇 년을 봤는데、 그렇지? 어쩌면 넌 내가 네게 편지를 쓸 거라는 것도 예상했을지 몰라! 아닌가…?  하고 싶은 말이 더 남았지만、 횡설수설한대다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이만 마칠게。 편지는 다음에 또 쓰면 되니까! 그렇지? 다음에 또 연락할게。 보고 싶다。

추신: 답장은 언제든 기다리고 있음。 뒷면을 꼭 확인할 것!

                                                        너의 오랜 친구 미츠이 세이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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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른 와.
네가 없는 여름은 있을 수 없어.
얼른 와서 내 멍청한 말과 행동을 꾸짖고,
▲■●◆군에게 치는 짓궂은 장난을 보며 한심하다고 말해줘. … 보고 싶어. 보고 싶으니까… 얼른 와줘.
이러다 얼굴 잊어버리겠다.

바닷바람은 매몰차게 세이지의 얼굴을 스쳤다. 바다 바람에 못 이겨 몸을 털고 일어난 세이지의 눈은 여전히,
바다를 향해있었다.


- 세이지!! 거기서 뭐 해!!? 출발시간 다 됐다니까??

이런… 난 이만 가봐야겠다. 잘 있어.
다음에 또 올게. 쫓아내지는 말고~…


- 뭐 하느라 이렇게 늦어?
별거 아니에요~
- 너 두고 출발했으면 어쩌려고 이러냐?
에이, 안 그럴 거 뻔히 아는데?
- 하여튼 간에, 한 마디를 안 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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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머리 아파… 바닷바람을 너무 많이 맞았나? ㅋㅋ
그런데 내가 편지 뒷면에 뭘 적었더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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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만약 이 편지를 읽고 이 글을 확인한다면 당신을 오랜 기간 짝사랑해 온 바보 같은 사람의 고백에 답해주세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 저와 사귀어주세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다시 내 곁에 돌아와 주었을 때、그때 물어봐주세요。 그럼 얼굴을 마주 보고 천천히 말해줄게요。 당신에게 제 고백을 전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 곁에 돌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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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로그
#-ㄱ_백_로그?